우주론은 우주 공간을 거대한 실험실로 삼아 그 안에 존재하는 물질과 빛의 분포를 통해 우주의 다양한 법칙과 구성요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우주론 연구자들은 우주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시작했고, 우리가 지금 관측하는 은하와 같은 풍부한 구조들이 수십억년 전의 초기상태로부터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현대 우주론은 수많은 중요 데이터들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중요한 세 개의 개념만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은하 군집(은하들끼리 모이는 정도)의 거대구조 관측, 그리고 다양한 거리에 위치한 초신성 관측이 그것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난 후부터 38만년 정도 지나서 우주가 (전기적으로) 중성이 될 만큼 충분히 차가워 진 순간에 남겨진 빛(광자)이다. 당시의 우주 밀도가 그 빛에 각인되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은 채 우리에게 도달하게 되는데, 이것은 마치 우주의 아기 사진을 받아보는 것과 같다. 은하군집의 거대구조 관측은 우주의 이후 모습, 말하자면 ‘청소년기의 우주’를 탐구하기 위해 은하들의 공간분포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상관관계를 이용한 연구이다. 마지막으로, 초신성 연구는 폭발하는 별들을 ‘표준 촉광(standard candle: 폭발하는 별들이 내는 에너지의 양은 잘 알려져 표준화되어 있다)’으로 이용해, 우주의 최근 모습을 지도로 만든 것이다.
이상의 내용들을 종합하면, 이러한 방법들은 우리 우주가 대략 140억년 전에 태어났으며, 5%는 수소나 헬륨 같은 보통 물질로, 27%는 중력으로 뭉치지만 빛과는 상호작용 하지 않는 암흑 물질, 그리고 68%는 우주의 빈 공간(“진공”)을 균일하게 채우면서 음의 압력(negative pressure)을 가진 수수께끼같은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중에서 DESI 실험이 탐구하려는 것은 ‘암흑 에너지’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물질의 대부분은 양의 압력(positive pressure)을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풍선을 누르면 풍선이 그 손을 밀어낼 것이다. 그런데, 암흑 에너지를 누르면 그것은 오히려 더 수축하려 한다. 반대로, 만약 당신이 그것을 당긴다면 암흑 에너지는 훨씬 더 팽창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암흑 에너지는 초신성과 은하군집 관측을 통해 발견해 냈듯이, 시공간 그 자체의 가속팽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쉽게도, 이 암흑 에너지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으로 설명되지 않아, 그 본질은 미궁 속에 남아 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우주가속팽창 현상의 가능한 원인들을 광범하게 제안했지만, 그 중 완벽한 것은 아직 없다. 원인으로 거론된 것 중 가장 유명한 설명은 알버트 아인슈타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주 상수’ 이론이다. 이 이론에서, 공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작은 양의 진공 에너지로 채워져 있으며, 이것은 기본입자들(elementary particles)의 양자역학 계산에서 아주 살짝 빗나간 소거(cancellation)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왜 우주 상수가 매우 작으면서도 0이 아닌지 알수 없으며, 우주 상수를 기본입자이론에서 도출할 수도 없다.
이 외에도, 자연의 새로운 힘이나, 수정 중력이론, 또는 양자중력의 새로운 효과도 고려할 수 있지만,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 이론 중 일부는 관측을 통해 측정 가능한 차이들을 예측하고 있으며, DESI가 측정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차이들이다.